[김동철칼럼] “민중은 개, 돼지” 막말에 비친 인격
[김동철칼럼] “민중은 개, 돼지” 막말에 비친 인격
  • 김동철
  • 승인 2016.08.11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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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철 베이비타임즈 주필·교육학 박사

 

입밖으로 나오는 말은 속내의 생각에서 비롯되는 법
공교육 붕괴·인성교육 부재가 가져온 교육 현실 참담

“민중은 개, 돼지” 발언을 한 N모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은 자신의 세계관을 스스로 폭로한 결과로 민중의 분노를 폭발시켰다.

“민중은 개 돼지, 1%와 99%의 신분제는 고착화해야 한다”는 그 망언의 파급효과는 급기야 패가망신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그는 이 망언으로 인해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 파면 의결에 따라 7월 20일 해고됐다. 그 잘못을 변호하려는 스스로의 발언도 군색하기 짝이 없다.

“영화(내부자들)에서 언론인이 국민을 보고 그렇게(개 돼지) 말하는 것을 보고, 언론이 국민을 그렇게(개 돼지) 생각하는 것이 아닌지 물어본 것뿐”이라며 “발언 의도가 왜곡돼 심신이 아프다”며 언론사에 해명했다.

무릇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말은 속내의 생각에서 비롯돼 나오는 법이다. 그래서 말이 곧 사람인 것이다. 무심코 나온 잠꼬대도 무의식의 기저(基底)에 잠재된 생각의 단초가 의식세계로 튀어나오는 것이다. 하물며 기자와 회식자리에서 이와 같은 망언을 내뱉은 것은 참으로 그 용기(?)가 가상할 따름이다. 99% 국민은 안중에 없다할지라도 자신은 물론, 소속 기관의 명예실추와 나아가 정권의 레임덕을 부추기는 행태로 비쳐졌다. 그야말로 안하무인의 거만함이 물씬 묻어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어려운 고시를 패스했고 장차관이나 국회의원으로 발돋움할 위치까지 왔으니 나머지 99%는 모두 다 루저(loser)로 보인 것도 무리는 아닐 것 같다.

오늘날 학교의 공교육은 무너졌고 사교육은 극성을 부리고 있다. 허나 나라님도 이 폐해를 바로 잡지 못하고 있다. 사교육비에 등골이 휘어지는 것은 학원비를 대는 부모들이다. 부조리가 잡히지 않고 방치되어 더욱 기승을 부리는 교육현실에서 백년지대계는 고사하고 수시로 바뀌는 조변석개(朝變夕改)의 대학입시제도에서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절망하고 있다.

공교육의 붕괴와 더불어 인성교육의 부재가 가져온 교육현실은 참담하다. 학교폭력은 난무하고 교사가 학생들에게 폭행당하고 외딴 섬에 파견된 여교사는 동네 주민들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어린 제자와 사귀는 여교사가 나오고 낮에는 교사, 밤에는 학원강사로 뛰는 투잡 교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시험문제를 빼내 온갖 농간을 부리는 교사들도 나오고 있다. 탐욕의 끝은 어디쯤일까.

이 어지러운 현실 속에서 교육현장은 갈갈이 찢기고 더 이상 교양을 갖춘 선진국민을 양성해 내려는 교육적 사명은 찾아보기 힘들다.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인성관을 심어줘야 할 교육부가 ‘품위유지’ 의무 위반 때문에 자기 식구를 내쳐야 하는 현실에 자괴감을 느낀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와 같은 사례는 요즘 공무원 가운데 아직도 백성 위에 군림하는 조선시대의 관리로 착각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공무원은 국민을 위한 심부름꾼인 공복(公僕, public servant)이다. 국민의 세금을 받고 그 대가로 국민에게 서비스하는 직종인데 인허가권 등 규제권한을 가지고 있어 국민 위에서 상전 노릇하는 게 오늘날 현실이다. 특히 교육부 고위관리는 정년퇴직 후 국립대학에 가서 한 자리 차지하는 관행을 일삼고 있다. 그래서 현역일 때 대학에 교부금을 나눠주고 나중에 재취업하는 악순환의 고리는 여전하다. ‘우리가 남이가?’의 수준이다. 국민세금은 이렇게 부실대학 연명, 회생과 교육부 관리의 영달에 쓰이고 있다.

“민중은 개, 돼지와 같기 때문에 그저 먹여만 주면 된다.” “우리나라에 신분제를 정했으면 좋겠다. 1%대 99%는 분명 출발부터 다른 것이다.”

갑자기 99%로 전락한 필자는 아무리 생각해도 분하고 허망할 따름이다.

우리나라 상위 1%인 사람은 50만명이다. 그중 1%를 고르면 5천명이다. 5천명에서 1%를 골라내면 50명이다. 이 50명에서 또 1%를 골라 단 한명을 골랐다 치자. 이 대한민국 대표 1%도 전 세계 국가대표 1%를 모은 자리에 가면 99%에 속하게 된다.

N모 고위 관리가 우리 교육현실의 무너진 인성에 대해서 자신의 소신을 밝히고 열변을 토했더라면 아마도 그가 그토록 바라마지 않는 ‘1% 영웅’이 되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는 교육부가 시행중인 인성진흥교육법의 핵심 8대 요소조차 잊은 채 망동을 한 것으로 판명났다.

인성교육진흥법에 명시된 인성 요소는 예, 효, 정직, 책임, 존경, 배려, 소통, 협동 등이다. 그의 망언으로 볼 때 그는 인성교육을 시행할 자격이 없는 소인배였다.

조선시대 선비들은 심신수양과 관련 신독(愼獨), 즉 홀로 있을 때도 도리에 어긋나지 않을 정도(正道)의 신중한 처신을 미덕으로 삼았다. 공자는 대학(大學)에서 “마음을 정성되게 한다는 것은 자신을 속이지 않는 것이다(所謂誠其意者, 毋自欺也)”라고 했다. 또 “소인은 교활하게 남을 헐뜯고 기만을 지혜로 여긴다(狡訐懷詐以爲智)”라고 했다.

 


교육부 관리가 지칭한 ‘99%의 개 돼지’를 끔찍이 위했던 이가 바로 이순신 장군이었다. 1593년 윤 11월 이순신 장군은 둔전(屯田)을 설치할 것을 건의하는 장계를 조정에 올렸다.

“신의 생각에는 각 도에 떠도는 피난민이 한 군데 모여 살 곳도 없고, 먹고 살 생업도 없어 보기에 측은하오니 이 섬으로 불러들여 살게 하고 그들이 합력하여 경작하게 하여 절반씩 가지게 한다면 공사(公私) 간에 양쪽으로 편리할 것입니다.”

전라좌수영이 있던 여수 앞바다 돌산도(오늘날 돌산 갓김치로 유명함)에 피난민을 들여서 둔전을 일궈서 굶주리는 백성과 군량미를 확보하자는 장계였다. 목민관(牧民官)으로 그의 애민(愛民) 정신이 빛나는 대목이다. 이순신 장군은 이후 남해안 곳곳에 둔전을 설치해 군사와 백성이 공생할 수 있는 애민의 배려 정책을 펼쳐나갔다. 이렇게 하자 이순신 진영이 옮겨갈 때마다 피난민들은 그 진영을 졸졸 따라다녔다. 이순신 장군만 따라가면 살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이순신 장군의 인품이 빛나는 것은 이같은 애민(愛民)정신 외에 공직자가 가져야 할 덕목인 선공후사(先公後私), 솔선수범(率先垂範)이 있었기 때문이다.

장군은 군기를 확립하기 위해서라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하게 대했다. 군량을 훔친 자에 대한 처벌도 엄격했지만 도망자는 그 목을 참수해 효수(梟首)했다. 두 번씩이나 제 기일에 도착하지 못한 하동 현감에 대해 죄를 물어 곤장 90대를 쳤다. 또 1597년 8월 13일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임명된 뒤 수군재건을 위해 보성에 도착했을 때 다른 장수들은 참석했는데 정작 경상우수영 참모장인 우후 이몽구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장군은 그 다음날 이몽구를 잡아다가 곤장 80대를 쳤다. 또 배멀미를 핑계로 영접하지도 않고 탈 배를 보내지 않은 경상우수사 배설을 대신하여 그 보좌관에게 곤장을 쳤다.

이번 교육부 고위관리는 뜨거운 여론의 재판에 따라 그 직위가 박탈된 것이다. ‘국민은 개 돼지가 아니다’ 그리고 ‘양극화의 신분제도 바라지 않고 있다’는 국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른 결과였다.

원래 ‘개 돼지같다(有同狗彘, 유동구체)’라는 말은 극단적인 탐욕을 보이는 탐관오리를 가리킬 때 쓰는 말이다. 개 돼지만도 못한(不如狗彘, 불여구체) 1%가 나머지 99%를 개 돼지라고 한 것을 보는 현실은 참담하다. 찌는 듯한 폭염 속에서 방학도 잊은 채 입시 준비에 발목 잡힌 학생들은 이번 망언사고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김동철 주필 약력>

- 교육학 박사
- 이순신 인성리더십 포럼 대표
- 성결대 파이데이아 칼리지 겸임교수
- 문화체육관광부 인생멘토 1기 (부모교육, 청소년상담)
- 전 중앙일보 기자, 전 월간중앙 기획위원
- 저서 : ‘이순신이 다시 쓰는 징비록’ ‘무너진 학교’ ‘밥상머리 부모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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