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손바닥에 SOS시그널 ‘점’ 찍어 폭력 줄이자
[특별기고] 손바닥에 SOS시그널 ‘점’ 찍어 폭력 줄이자
  • 온라인팀
  • 승인 2016.07.25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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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광석 한국노인복지중앙회장

 

은광석 한국노인복지중앙회장

손바닥에 점찍어 폭력피해 알리는 캠페인 시작

폭력은 물리적 또는 정신적으로 상대를 제압해 인권을 유린하는 행위다. 우발적이고 쌍방 폭력이 아닌 경우, 대부분 대항할 수 없는 상태에 놓인 피해자를 장기간 반복적으로 나아가 점점 그 정도가 심해지는 경향이 있어 심각한 사회문제가 아닐 수 없다.

폭력은 사회적 유전자로 학습되어 대물림하기도 하고 수평적으로 전이되기도 한다. 가정폭력의 환경에 노출된 아이들이 트라우마를 치료받아 극복하지 못하면 성인이 되어 자신의 자녀에게 폭력을 행사한다.

최근 우리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일련의 아동학대사건에서 이 문제가 돌출됐다. 부천 아동 시신훼손 사건의 가해자인 아버지 최모씨는 “초등학교 때부터 어머니로부터 체벌을 많이 받았다”고 경찰에 진술했고, 어머니 또한 부모의 무관심으로 방임상태에서 성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뿐만 아니라 지난달 인천 어린이 학대 사건의 가해자인 아버지 역시 어릴 적 어머니와 의붓아버지로부터 학대를 당한 것으로 경찰조사에서 드러났다.

학교폭력도 다르지 않다. 학교폭력 피해자의 절반이 가해자가 된다는 조사결과가 그렇다.

이 같은 결과는 박순진 대구대 경찰행정학과 교수가 지난 2009년 발표한 연구보고서를 통해 밝혀졌다. 박 교수가 중학생 3449명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서 학교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학생의 경우 49.1%가 학교폭력 가해 경험도 있다고 응답한 것이다.

그렇다면 누구나 흐르는 세월 속에 나이가 들어가고 노인이 된다. 폭력의 피해자가 가해자로 전환되는 현상이 자신보다 힘없는 약자인 자녀에게만 발생할까. 필자는 노인복지 분야에서 활동하며 반대의 상황도 충분히 있음을 추정하고 있었다. 이 추정을 보다 객관화해준 조사결과가 발표되어 폭력은 계곡의 급류를 오르내리는 물고기처럼 거침없이 대물림도 되지만, 거스른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폭력의 대물림과 반대현상은 연세대 김재엽 교수 연구팀이 청소년 1,601명 대상으로 실증 분석해 밝혀냈다. 분석결과 부모로부터 어릴 때 학대받은 청소년은 부모를 상대로 폭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 조사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연구팀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항목별 미응답자 제외)의 40.6%인 638명이 성장기에 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지난 1년간 부모 가해 경험이 있는 청소년은 응답자의 12.8%를 차지하는 200명으로 조사됐다.

주목할 점은 지난 1년간이라는 점이다. 앞으로 10년 후 내지 20년 후 추적 조사를 해본다면 자녀에 의한 부모가해 내지 학대는 점점 늘지 않을까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또 데이트 폭력 또한 심각한 사회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필자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폭력을 줄이기 위해서는 피해자들의 적극적인 증언이 어렵다는 점에서 영국에서 시작한 손바닥 안의 SOS, 블랙닷 캠페인을 제안한다.

이는 폭력 피해자들이 손바닥에 까만 점을 찍어 폭력으로부터 구조해 달라는 시그널이다. 지난해 9월 영국에서 시작된 이 캠페인은 ‘블랙 닷 캠페인(Black Dot Campaign)’으로 불리며 가정폭력 피해를 알리는 상징이 되어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한다.

이 방식을 한국에 도입해 아동부터 노인세대까지 폭력에 노출되는 약자에게 희망의 점을 찍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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