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화칼럼] 사춘기의 비밀
[김영화칼럼] 사춘기의 비밀
  • 온라인팀
  • 승인 2016.07.13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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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화 강동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저는 지난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대학원 세미나 강의를 다녀왔습니다. 청소년학과에서 ‘청소년의 문제행동과 뇌’에 대한 강의를 의뢰받았기 때문입니다. 중·고등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계신 선생님들을 비롯하여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 선생님들이 다시 학생이 되어 열심히 공부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청소년학과’나 ‘청소년 지도학과’는 예전엔 없었던 학과입니다. 사실 ‘청소년’이란 말도 일세기 전에는 없었던 말입니다. “청소년은 변화하는 과정 중에 있으며 정서적으로, 그리고 지적으로 혼란을 겪는 독득한 집단”이라고 1904년에 소개한 심리학자 스탠리 홀에 의해 ‘청소년’이란 말이 만들어졌습니다.

사춘기의 뇌

사춘기가 되면 왜 밝고 명랑했던 아이가 갑자기 조용하고 내성적으로 변할까요? 멀쩡하던 귀염둥이가 왜 갑자기 반항아가 돼버리고 사사건건 미운 짓만 골라서 할까요? 사춘기 청소년의 뇌 속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부모들이 사춘기 자녀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은 지난 수십 년 간 뇌 과학자들이 사춘기 뇌에 대해 새로운 발견을 했기 때문입니다. 1999년 뇌 과학자인 지드는 22년간 3,500명의 청소년의 뇌를 9,000번 촬영하여 놀라운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주었습니다.

청소년기에는 뇌 속에서 엄청난 변화가 일어납니다. 청소년의 뇌에는 천억 개의 세포가 존재하는데 이들은 다시 천조에 달하는 연결을 만들어 냅니다. 이는 전 세계에 연결되어 있는 인터넷보다 더 많은 수입니다.

제2의 탄생을 겪고 있는 청소년의 뇌는 부모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취약하며 환경에 자극을 쉽게 받는 것으로 들어났습니다. 그리고 성숙한 판단을 내리는 전두엽은 아직 덜 발달되어 있고 감정과 충동의 지배를 받는 편도체의 영향을 훨씬 더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춘기 뇌는 편도체의 지배를 받는다

어두운 곳에서 갑자기 무서운 동물을 만나다면 누구나 생명의 위험을 느끼고 도망가거나 그 자리에 얼어붙거나 할 것입니다. 싸울 것인가 도망갈 것인가를 결정하는 부위인 편도체(그림의 노란색)는 수백만 년 동안 진화해온 파충류 뇌로 우리 사람의 뇌 속 가장 깊숙한 곳에 있습니다.

반면 영장류 뇌라 불리는 전전두엽 피질(그림의 보라색 부분)은 파충류 뇌를 통해 얻은 정보를 수집해서 실용적이고 현명하며 도덕적인 결정을 내리는 곳입니다.

청소년들은 정보를 해석할 때 어른들과 달리 충동적이고 감정적인 편도체에 의지합니다. 그러다보니 항상 오해를 하기 쉽습니다, 예를 들면 친구가 자신을 무심코 쳐다만 봐도 “저 친구는 나를 싫어하나봐” 라고 해석하거나 엄마가 ‘너 뭐하고 있니’ 하고 물어보면 편도체를 사용하여 “엄마는 내 일에 지나치게 간섭하는 잔소리꾼이야” 라고 단정짓게 되는 것입니다.

▲ 사춘기의 뇌

 


사춘기 뇌는 대화를 원한다

부모 입장에서는 어릴 적에는 잘 통하던 교육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몹시 난감해 집니다. 반면 아이들 입장에서는 어른스러운 행동을 하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무수한 시행착오 속에 하루하루 성장해 가는 것이 바로 사춘기의 뇌입니다.

부모는 자녀와의 대화를 포기하지 말고 더 많은 시간 대화를 나누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사춘기 자녀와 대화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가 자신의 생각을 먼저 말하지 않고 아이 말을 충분히 적극적으로 들어주는 것입니다. 부모와 자녀 서로에게 만족을 주어 평화롭고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건강한 대화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아이보다 먼저 사랑한다고 말하기
*아이와 함께 게임을 하거나 맛있는 음식 먹고 즐기기
*다른 사람들에게 아이를 자랑하고 이 사실을 아이에게 말하기
*아이의 어린 시절을 함께 이야기하면서 추억여행 떠나기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면, 판단을 내리지 말고 아이 말을 먼저 들어 보기

/ 강동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 원장 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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