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어린이집 탐방] 연세어린이집
[모범어린이집 탐방] 연세어린이집
  • 정재민
  • 승인 2016.06.15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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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교사‧학부모의 어려움 감싸는 따뜻한 울타리가 되고 싶어”
“원 운영에서 교사가 가장 중요합니다. 교사의 행복이 아이들 행복이기 때문입니다.”

▲ 윤인순 연세어린이집 원장

 

[베이비타임즈=정재민 기자] 서울 강서구에 있는 국공립 ‘연세어린이집’(원장 윤인순)을 찾았다. 원은 열린 사고를 표방하는 연세대학교에서 위탁받아 운영 중이다. ‘바르고 건강한 어린이’를 원훈으로 아동 중심의 자연친화 생태교육, 독서교육, 장애통합교육 등을 펼치고 있는 30여년 경력의 윤인순 원장을 만났다. 
 
Q: 원장님이 원 운영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A: 교사가 중요합니다. 교사의 행복이 아이들 행복입니다. 교사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근무지에서 교사들끼리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행복해하지 않으면 결국 아이들에게 그 영향이 갑니다. 이 때문에 교사 선발 과정에 주임교사가 같이 들어와서 평가합니다. 다른 교사들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사람인가를 먼저 봅니다.”

원장이 보는 교사도 중요하지만 교사가 보는 교사도 중요하기 때문이란다. 같이 근무해야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윤 원장은 교사 면접 시에 꼭 묻는 것이 있다고 한다. 3년 이내에 옮기지 않을 자신이 있냐고 말이다. 
 
Q: 왜 3년을 못 박으시나요?
 
A: 3년 동안 동고동락할 자신이 있다고 하면 다른 이력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여기서 그 부분을 채워주겠다, 물론 3년 이상을 잘 지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실제로 많은 걸 교사에게 투자해요. 5년차 이상은 대학원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고요. 교사들도 성장할 수 있어야 하잖아요. 
 
여기는 이곳에서만 15년차 교사가 2명, 11년차가 1명, 9년차가 1명 있어요. 보육교사 8명 중 절반이 이 정도 근속자입니다. 
 
근무시간도 교사들이 알아서 정하도록 합니다. 9시에 출근한 사람은 오후 5시 반이면 퇴근해요. 오전 7시 반부터 오후 7시 반까지 근무한 사람은 다음날은 9시에 출근해서 5시에 퇴근해요. 
 
Q: 교사들이 힘들면 보육 받는 아이에게도 영향이 갈 수밖에 없다고 하셨잖아요. 원장님은 힘들 때 어떻게 해결하시나요?
 
A: 저도 힘들 때가 있죠. 그럴 때면 만1세반에 가서 놀다 와요.(웃음) 그 아이들이 주는 에너지가 있는 거 같아요. 함박웃음으로 웃는 아이, 폴더 접히듯 허리 굽혀 인사하는 아이, 업어 달라 하면서 안기는 아이. 이 아이들하고 지내다 보면 기분이 좋아져요. 제가 힘을 얻어 갖고 와요. 근데 이 아이들이 한해가 지나면 그런 느낌은 사라지는 것 같아요. 대신 그 아래에서 올라온 만1세 아이들이 또 그런 에너지를 줘요.” 

▲ 연세어린이집은 ‘바르고 건강한 어린이’를 원훈으로 하고 있다.

 

Q: 아동중심의 열린어린이집 운영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무엇이 이롭다고 보시는지요? 
 
A: 아이가 원에 적응할 때까지 1주일 정도 엄마가 아이와 같이 오시는데 어떤 분은 3주 정도 오시는 분도 계세요. 아이가 적응할 때까지 교사하고 아이에 대해 계속 얘기 나누고 시간 맞추고 해요. 그리고 우리 원이 문이 잠겨 있는데 아침에 엄마들이 문을 여시고 교실 앞까지 와서 교사에게 아이를 인계하시고 가시죠. 수업시간에 늦게 오신 분은 살짝 교실 문을 열고 아이만 들여보내고 가시고요. 하원할 때도 교실 앞에까지 오셔서 아이를 데리고 가시고요. 교사들하고 쭈뼛쭈뼛하고 그러지 않으세요. 교사도 어머님에게, 어머님도 교사에게 편하게 대하세요. 요즘 서로 이해해야 하잖아요. 그래서인지 뭐든지 오해가 덜 생기는 거 같아요. 어떤 일이 있어서 잠깐 오해가 있으셨다 해도 금세 풀리시죠. 한 달에 한 번씩 ‘열린어린이집’ 프로그램을 해도 어머님들이 신청 많이 하세요. 와서 급식배식하고 급식체험하시기도 하고 숲체험도 하시고. 열린어린이집 운영의 장점은 상호 간 신뢰가 쌓인다는 거죠.”
 
Q: 가장 힘든 부분은 무엇인가요?”
 
A: 학교(연세대학교에서 운영)에서 지도점검 나오면 가장 먼저 묻는 말이 그거에요. 가장 힘든 부분이 뭐냐고. 그러면 저는 이렇게 말씀드리죠. 어려운 거 없다고. 예를 들어, 저희가 장애통합을 하고 있는데 장애아동이 여섯 명이에요. 그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에 비해 행동이 좀 다른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걸 문제로 보게 되면 문제가 되고, 행동으로 보면 문제가 아닌 거에요. 그 행동에 맞게 어떻게 대응해 주느냐, 이게 우리의 숙제인거지 특별한 어려움은 아닌 거 같아요.
 
Q: 문제를 문제로 보지 않는다, 라는 말씀이시네요?”
 
A: 네. 교사가 힘들고 행복하지 않으면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되고요. 아이 가정에 문제가 있어서 아이가 힘들어 한다면 사회복지관을 뚫어서라도 가정솔루션을 시키든지 하면 돼요. 일이 힘들다고 내가 떠안고만 있으면 아무 문제가 해결 안 되더라고요. 어떡해서든 해결을 하려고 하죠. 내 힘으로 안 되면 다른 곳의 도움을 청해서라도요. 

▲ 숲체험활동. 연세어린이집은 도심에 있어도 근처 구암공원이나 궁산이 있어 자연친화 생태교육에 적합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Q: 연세어린이집은 통합보육을 하고 있습니다. 장애아동을 둔 어머님들과는 어떻게 관계를 맺으시나요?”
 
A: 먼저 어머님이 당당해지시라고 얘기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가 절대 제대로 못 큽니다. 현장학습, 발표회 등에 꼭 참석시키시라고 말씀드려요. 전에 원 입구 문턱 조차 넘기 힘든 아이가 왔었어요. 그래서 문턱을 없앴죠. 그리고는 어머님께 말씀드렸어요. 등하원은 직접 시키십시오. 대신 모든 야외활동은 저희가 시키겠습니다, 라고요. 일반 아이들하고 같이 숲체험 같은 야외활동을 했어요. 어떤 분은 그 아이를 왜 데려왔냐고도 했죠. 그건 신경 쓰지 않았어요. 대신 숲놀이 하는데 유모차에 앉아서 할 수 없으니 여벌옷을 준비하라고 했어요. 다른 아이들처럼 이곳저곳 뛰어다니지는 못하더라도 흙바닥에서 놀게 했거든요. 
 
근데 어머님이 굉장히 밝았어요. 보통 장애아동을 둔 엄마들은 치료하러 다니느라고 일반 아이들이 어떻게 자라는지 잘 몰라요. 그 어머님은 일반 아이를 둔 엄마들과도 너무 잘 지냈어요. 엄마가 밝으니까 아이도 참 밝았어요. 일반 엄마들이 그 아이를 다 보듬어주고 했어요. 제가 일반 엄마들한테 너무 감사했죠. 지금은 다 어린이집을 졸업해서 학교에 들어갔는데도 아직도 고궁에 같이 다닌다고 해요. 같이 놀러 간 사진들을 보여주거든요. 나중에는 결국 그 아이가 스스로 걸었어요.
 
또 오전에 꼭 오라, 모든 현장학습에 참석해라, 라고 해요. 아이 치료는 오후로 잡으라고 해요. 또래하고 놀 시기에는 놀게 해줘야 하는데, 엄마가 피하면 아이가 발달 안 되거든요. 장애 때문에 그걸 피하게 되면 영영 그 경험을 못할 수 있어요. 저는 그게 안타까워요.
 
전에 한 장애아동을 일반 아이들하고 지낼 수 있게끔 만들었는데, 어머님이 아이를 일반 초등학교 대신에 특수학교에 보내겠다고 결심하셨더라고요. 그러면 영영 일반 아이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알 수 없게 되잖아요. 많이 안타까웠어요.

▲ 연세어린이집 유아들은 아침 등원하자마자 독서교육을 한다. 1년이면 270여권의 그림책을 보게 된다.

 

Q: 연세어린이집은 어떤 곳인가요?”
 
A: 따뜻한 울타리가 되고 싶은 곳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아이들한테도 교사들한테도 부모한테도. 그들이 어려울 때 따뜻하게 감싸줄 수 있는 곳이었으면 해요.
 
어머님들이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기 직전에 많이 상담하세요. 아이가 어떻게 학교에서 적응해야 하고 본인들도 학교 선생님들과 어떻게 관계 맺어야 하는지에 대해서요. 초등학교 올라가서도 상담 많이 오세요. 아이를 학교에 보내 놓고서 걱정되거든요. 그래서 선배 학부모(초등학교에 이미 입학한 아이 엄마)를 모셔다가 어머님들과 대화의 장을 만들기도 했어요. 원에 다닐 때나 졸업을 한 후에도 한 번 맺은 인연은 소중하게 생각해요. 
 
처음에도 얘기했다시피 원 운영에 있어서 교사들이 가장 중요하죠. 저희에게 주어진 여건 속에게 그들이 점점 성장하기를 바라요. 저도 교사부터 시작해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30여년 가까이 됐는데, 누구보다 교사들 입장을 잘 압니다. 오히려 너무 잘 알아서 교사들이 불편할 수도 있을 거에요.(웃음) 

▲ 텃밭활동

 

우리 아이들은 당연히 울타리 안에서 보호 받고 성장해야 할 대상입니다. 이 아이들이 있기에 우리가 존재하기 때문이죠. 유아들은 아침에 독서교육을 시킵니다. 1년이면 270여권의 그림책을 보게 되는 겁니다. 또 부모가 빌려갈 도서들과 마련했어요. 학부모 도서대출 관리대장을 만들어서 부모도 아이와 함께 독서하도록 권장하고 있어요. 
 
연세어린이집이 도심에 있지만 다행히도 자연친화 생태교육에 적합한 환경입니다. 근처에 구암공원이 있고 숲체험 활동 하러 가는 궁산이 있어요. 원 내에는 텃밭을 일구고 있고요. 그림책에 대한 심화교육이나 생태교육에 드는 비용은 원에서 지원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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