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취제·방향제 등 생활화학제품 국민 불안 확산
탈취제·방향제 등 생활화학제품 국민 불안 확산
  • 김복만
  • 승인 2016.05.24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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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별 관리체계 구멍 ‘숭숭’…정부 ‘뒷짐 감독’ 비판 고조

[베이비타임즈=김복만 기자] 가습기 살균제에 이어 섬유탈취제와 방향제에 대한 소비자 불안이 커지면서 이들 제품에 대한 정부의 촘촘한 관리와 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아지고 있다.

다양한 화장품과 생활용품에 살균·보존제 성분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만큼 소비자가 제품을 믿고 쓸 수 있게 엄격하고 투명한 세부 관리감독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화학물질은 환경부에서, 화학물질로 만든 제품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각각 관리하는 체계를 통합해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정의당이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과 관련해 가습기 특별법 제정과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 생활화학제품 유해성 신속 평가해야 = 생활화학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최근 환경부가 취한 태도는 대표적인 ‘뒷짐 감독’으로 꼽히고 있다.

환경부는 17일 한국 피앤지(P&G)의 페브리즈 성분을 공개하며 인체 위해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밝히면서도 애매한 자세를 취해 불안감을 키웠다.

환경부는 유해성 논란을 빚은 성분인 벤조이소치아졸리논(BIT)과 제4급 암모늄 클로라이드(디데실디메틸암모니움클로라이드·DDAC)가 각각 페브리즈 공기탈취제와 섬유탈취제에 들어있지만 인체에 해가 될한 수준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다만, DDAC의 흡입 독성에 대해서는 논란이 여전한 만큼 환경부는 이와 관련된 실험을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방이나 차량 등 밀폐된 공간에서 공기탈취제를 장기간 사용할 경우 몸에 이상이 생길 수 있는지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탈취제의 사용 빈도 등을 고려하면 심각하게 해를 끼칠 정도는 아니지만 조사는 더 해보겠다는 것이다.

환경부가 정확한 근거를 바탕으로 하지 않은 것 같은 모호한 입장을 발표하면서 불안함을 잠재우지 못했다.

정부가 논리적인 근거에 따라 이런 성분의 제품 함량 기준을 정해놨는지, 기준을 지킨다면 정말 인체에 무해한 것인지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DDAC의 경우 미국에서는 섬유탈취제에 0.33% 함량까지 사용할 수 있지만 환경부는 국내에 판매되는 페브리즈의 DDAC의 함량이 미국의 절반 이하인 0.14%라고만 밝혔을 뿐 다른 안전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

▲ 페브리즈 사용설명서

 


시장에 유통되는 다양한 탈취제와 방향제들이 정부가 전한 안전성 기준을 따르고 있는지 알 수 없는 것도 국민이 불안해 하는 요인이다.

섬유탈취제와 섬유유연제·방향제 등에는 대부분 살균·보존제 성분이 들어있지만 광택제나 접착제와 함께 공산품으로 분류돼 있어 소비자가 성분을 따져보기 쉽지 않다. 화장품이나 향수, 미용물티슈 등과 달리 전성분을 표시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환경부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시장에 유통되고 있는 생활화학제품 331개의 안전성 조사를 한 결과 신발 탈취제인 바이오피톤의 ‘신발무균정’에서 사용금지 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PHMG는 가습기 살균제에 포함돼 폐 섬유화를 일으키는 것으로 분석된 물질이다.

◇ 관리·감독 부처 제각각, 유해성 검증 ‘구멍’
= 정부가 25일부터 시중에 유통되는 모든 생활화학제품에 함유된 살생물질의 안전성 검증에 나기로 했지만 얼마나 실효성 있게 추진될지 주목된다.

환경부는 내년까지 생활화학제품에 함유된 살생물질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비허가 물질로 만든 제품은 단계적으로 시장에서 퇴출시킨다. 아울러 ‘생활화학제품 안전관리 종합대책’을 마련해 화학제품 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그러나 생활화학물질은 환경부에서, 화학물질로 만든 제품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각각 관리하는 체계를 통합하지 않으면 사각지대를 없애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화학물질은 환경부가 관리하는 반면에 제품은 산업부가 따로 관리하고 있어 체계적인 관리를 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화학물질의 유해성·위해성에 대한 평가는 환경부가 맡고 있다. 하지만 이들 물질이 들어간 제품에 대한 관리는 여러 부처에 나뉘어 있다.

살생물제(Biocide)에 대한 관리의 경우 보건복지부(살균제·살충제), 환경부(소독제), 농림축산식품부(농약), 해양수산부(방오제), 산업통상자원부(습기제거제) 등 다섯 개 부처에 흩어져 있다. 유럽연합이 1998년 ‘살생물제 관리지침’을 만들어 통합 관리를 해온 것과 대조적이다.

▲ 시민단체 참여연대가 펼치고 있는 옥시제품 불매 캠페인 포스터 사진.

 


살생물제에 대한 부처별 혼선도 국민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환경부가 지난해 4월 만든 ‘위해우려제품 지정 및 안전·표시에 관한 기준’에서 위해우려제품 15종 가운데 소독제·방충제·방부제만을 ‘살생물제류’로 분류했다. 그러나 탈취제·방향제 등 나머지 12종에 속한 제품도 살균·멸균 등의 기능이 있으면 살생물제 제품에 해당한다.

가습기 살균제 원료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PHMG)은 당초 카펫을 만들 때 사용하는 항균제로 신고해 환경부가 유해물질로 지정하지 않는 실수를 했다.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제품 수거가 이뤄지고 정부부처 합동으로 생활화학용품 안전관리 종합대책이 나오자 환경부는 이듬해인 2012년 9월 PHMG와 또 다른 가습기살균제 원료인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을 유독물로 지정·고시했다.

그러나 국가기술표준원은 한 달 뒤인 2012년 10월 PHMG가 함유된 신발용 스프레이 탈취제에 국가통합인증(KC) 마크를 부여했다. 당시에는 스프레이 제품에 대해 PHMG 등의 사용을 금지하지 않았다.

환경독성보건학회는 “화학물질과 화학제품이 별도 관리되면서 용도 변경으로 노출경로가 달라져도 이에 맞는 독성을 심사할 수 없는 법·제도가 미비하다”면서 “특히 위해성이 높은 살생물질 사용 제품은 사전허가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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