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어린이집 미설치 기업 억대 강제금 ‘불가피’
직장어린이집 미설치 기업 억대 강제금 ‘불가피’
  • 김복만
  • 승인 2016.05.12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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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행 사업장 538곳·조사불응 사업장 146곳
어린이집 설립 안하면 연 최대 2억 이행강제금


[베이비타임즈=김복만 기자] 올해부터 상시 근로자 500명 이상 또는 상시 여성 근로자 300명 이상의 사업장이 직장어린이집 설치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거액의 이행강제금을 물어야 함에도 대상 사업장의 절반은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지 않으면 1년에 2회까지, 1회당 최대 1억원의 이행강제금을 부담해야 하지만 수요가 없거나 설치가 사실상 힘든 상황에서 발만 동동 구르는 기업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직장어린이집 설치현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5년 12월 말 기준으로 대상 사업장 1,143곳 가운데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거나 위탁보육(상시근로자의 영유아의 30% 이상)을 하는 등 설치 의무를 이행한 곳은 52.9%인 605곳에 불과했다.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 ‘미이행 사업장’은 538곳으로 전체의 47.1%를 차지했다. 조사에 응하지 않은 사업장도 146곳이나 됐다.

전체적인 이행률은 52.9%로, 사업장 유형별 이행률이 국가기관 79.7%, 지자체 69.9%, 학교 21.0%, 기업 48.4%로 나타났다. 설치의무 미이행 사유로는 설치장소확보 어려움(25.0%) 등을 제시했다.

 


◇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 미이행 연간 최대 2억원 강제금 = 정부는 올해부터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 사업장이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지 않으면 1년에 2회까지, 1회당 최대 1억원씩 연간 최대 2억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한다.

2015년 말 기준으로 어린이집 설치 의무대상 사업장 1,143곳 중 52.9%인 605곳(설치 578곳, 위탁 27곳)만 어린이집을 설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따라서 미이행 사업장 538곳은 이행강제금을 부과받게 될 전망이다.

2015년 직장어린이집 설치현황 실태조사에 응하지 않은 사업장이 146개나 되는 것을 감안하면 미이행 강제금 부과대상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국세청 등으로부터 사업장별 근로자수 자료를 받아 이를 토대로 대상이 되는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를 갖는 사업장을 확정하는데, 146개 사업장이 조사에 응하지 않아 설치 의무를 이행했는지, 이행하지 않았는지도 판정하지 못했다. 이들 중 대부분은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기업들은 ‘일과 가정 양립’의 사회적 분위기를 고취해 출산율을 높이자는 영유아보육법의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일률적인 법 시행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 설치 의무 미이행·미회신 사업장 명단 공개 = 정부는 이날 복지부와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 의무 미이행 사업장 중 이행 계획이 없는 사업장 178곳과 조사 불응 사업장 146곳의 명단을 주소, 상시 근로자 수, 상시 여성 근로자 수, 보육대상 영유아 수 등과 함께 공개했다.

각 관할 지방자치단체는 이들 사업장에 대해 실사를 진행하고 이행명령 등의 조치를 취하게 되며, 계속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사업장에게는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다.

복지부가 이날 공개한 의무 미이행 사업장 명단에는 학교와 병원 등 의료법인이 특히 많았다.

가톨릭관동대와 광운대, 서강대, 성균관대, 수원대, 백석대, 한국방송통신대, 한성대 등 대학교와 가톨릭대학교 성바오로병원, 강동경희대학교병원, 동국대학교의료원경주, 성광의료재단차병원, 성삼의료재단미즈메디병원, 이화여대부속목동병원, 인제대학교서울백병원 등 대부분의 대형 병원들이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기아자동차 소하리공장, 넥센, 노벨리스코리아, 만도, 서울메트로, 신도리코, 신세계 조선호텔, 쌍용자동차, 컴투스, 태광실업, 한화토탈, 현대엘리베이터, 홈플러스 등 대기업도 미이행 사업장으로 분류됐다.

농심의 경우 농심 안양공장, 농심 구미공장, 농심 부산지사가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를 미이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동국제강 부산공장과 동국제강 인천, 동국제강 포항도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 미이행 금융업체 현황(자료 : 보건복지부)

 


금융업체 중에서는 라이나생명보험과 미래에셋증권, ING생명보험, NH농협생명, 유안타증권, 현대증권 등이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를 위반해 과징금 부과대상으로 떠올랐다.

SC제일은행, 한국씨티은행, HSBC서울지점 등 외국계 은행들이 직장어린이집 설치에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씨티은행의 경우 상시근로자 3,594명에 보육대상 영유아 수가 1,344명에 달함에도 ‘이용대상 부족’을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 미이행 사유로 제시했다.

SC제일은행은 상시근로자 2,069명에 보육대상 영유아 수는 330명으로 조사됐으며 직장어린이집 미설치 사유로 ‘설치장소 확보 어려움’을 꼽았다. HSBC서울지점은 상시근로자 563명에 보육대상 영유아 수 205명으로,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 미이행 사유로 ‘이용대상 부족’을 들었다.

신한금융투자, 신한생명보험, 신한카드 등 신한금융그룹 계열사들이 나란히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 이미행 사업장으로 분류됐다.

이들 신한금융그룹 3인방의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 미이행 사유로는 신한금융투자가 ‘설치장소 확보 어려움’과 ‘설치비용 부담’을 들었고, 신한생명은 ‘운영비용 부담’, 신한카드는 ‘설치장소 확보 어려움’을 각각 꼽았다.

KB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나이스신용정보, 넷마블, 동원F&B, 동원홈푸드, 롯데칠성음료, 르노삼성자동차, 우리자산관리, 한국화이자제약, SKC 등은 정부가 실시한 ‘직장어린이집 설치현황 실태조사’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 정부, 미이행·미회신 사업장 대상 ‘이행방안 설명회’ 개최 = 복지부는 설치 의무 미이행 사업장과 조사에 응하지 않은 사업장 등을 대상으로 오는 5월부터 설치 의무 이행방안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행강제금 부과 제도를 지자체와 협력하여 시행함으로써 사업장의 직장어린이집 설치의무 이행을 독려할 예정이다.

이행강제금 부과 예상 시기는 각 처분 당 3개월의 기간을 부여한 경우 올해 말이나 내년 초가 될 전망이다.

또한 직장어린이집 설치 시 설치비를 최대 15억원(산업단지형 공동직장 어린이집) 지원하고 인건비 최대 120만원, 운영비 최대 520만원을 지원하는 등 총 967억원의 예산을 지원해 사업장의 부담을 덜어줄 계획이다.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업장은 그 이유로 ‘장소 확보 어려움’(25.0%)과 ‘보육 대상 부족’(24.4%), ‘사업장 특성상 어려움’(20.5%) 등을 꼽았다. 또 ‘운영비용 부담’(13.8%), ‘설치비용 부담’(12.9%) 등도 원인으로 작용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일하는 부모가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도록 직장어린이집 설치를 제도적으로 지원해 일·가정 양립 여건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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